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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 리뷰 - 실화는 꿰뚫는 리얼 액션의 정점

by 김하츄 2025.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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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의 포스터.

1. 스크린에 옮긴 실화 사건

<범죄도시>는 2004년 서울 구로 가리봉 일대에서 발생한 조직폭력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허구보다 더 충격적인 현실이 있었고, 그 안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킨 형사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사건의 중심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정면을 택한다. 범죄가 판을 치던 지역, 외국인 조직이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던 시간, 그리고 맨몸으로 그들을 상대하던 형사들의 전투가 담겼다. 가공된 스토리가 아닌, 기록에 가까운 이야기이기 때문에 감정선이 더운 선명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캐릭터와 드라마의 밀도를 높여 관객이 이야기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진지함 속에 긴장감이 있고, 그 긴장 사이사이에 삶의 현실이 녹아든다.

 

2. 마석도, 주먹보다 앞선 감각

마석도(배우 마동석)는 흔히 말하는 '형사 캐릭터'의 틀에서 벗어난다. 그는 법과 원칙 이전에 몸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눈으로 상황을 읽고, 사람의 표정과 분위기로 판단한다. 거친 말투와 투박한 행동 속에는 날카로운 감각이 숨어 있다. 하지만 마석도의 진짜 매력은 진지함만이 아니다. 그는 상황을 조율하고 압박하면서도, 순간순간 관객을 웃게 만든다. 때론 대사 하나, 표정 하나로 긴장을 허물고, 상황을 반전시킨다. 영화는 이 유쾌함을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마석도라는 인물의 리듬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물결점 영웅이 아니다. 싸움에 능하고, 수사보다 몸싸움이 빠를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엔 '악한 놈은 두고 보지 않는다'라는 확고한 기준이 있다. 

전반장님과 마석도.

3. 장첸, 말이 필요 없는 악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은 한국 범죄영화에서 보기 드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그는 대사를 많이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눈빛, 걸음, 그리고 입가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보는 이를 얼어붙게 만든다. 장첸은 복잡한 욕망이나 과거 서사를 등에 업은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 없이 움직이는 냉정한 존재로 등장한다. 그는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 상황 속에서 언제든지 폭력을 꺼낼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인다. 

 

나는 사실 <범죄도시>의 라인업을 보고 '윤계상이 악역을..?'하는 걱정이 있었다. 반듯하고 선한 이미지가 박혀있었기 때문인데, 윤계상은 이 인물을 연기하면서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걷어냈다. '악'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제거한 사람의 공허를 표현했다. 그 때문에 장첸은 누구나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그래서 더 공포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장첸이 스크린에 비칠때마다 느꼈던 그 긴장감을 잊을 수가 없다.

영화 '범죄도시'의 장첸과 두 부하 양태, 위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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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액션이 말해주는 감정

<범죄도시>의 액션을 스타일보다 감정이 앞선다. 마석도의 주먹은 폭발적인 리듬을 따라가지만, 그 동작의 의미는 감정의 흐름에서 기인한다. 그는 대화를 대신해서 몸으로 말하고, 그 말은 묵직한 감정으로 전달된다. 타격감이 강하고, 동작은 단순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다. 이 영화의 액션은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상황을 돌파하고 흐름을 끊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마치 현실에서 누군가가 숨겨온 분노를 터뜨리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의 액션은 감정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폭발한다. 그 싸움은 정의를 위한 것도, 승리를 위한 것도 아니다.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키려는 사람의 결심이 쌓여 만든 결과다. 그리고 그 감정은 화면 밖까지 전달된다.

 

5. 마무리하며

<범죄도시>는 실화에서 출발했지만, 단지 사건을 재현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영화는 그 속에서 움직인 사람들을 정직하게 그려낸다. 선과 악, 영웅과 악당의 구분보다 중요한 건 그들이 보여준 태도와 감정이다. 마석도는 진지함과 유쾌함을 오가며 관객의 마음을 붙잡는다. 장첸은 말이 없이도 공포를 만들어내고, 이 둘의 충돌은 폭력의 대립이 아니라, 세계관의 충돌이다. 누군가는 무너뜨리고, 누군가는 붙잡는 그 안에서 생겨나는 긴장감이 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나에게 <범죄도시>는 액션만이 난무한 영화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오래된 골목에 서 있는 이웃의 표정도 있었고, 눈앞에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묵직한 마음이 있었다. 마석도가 주먹을 쥘 때마다, 그 안에 담긴 결심이 느껴졌고, 장첸의 무표정 너머로는 설명할 수 없는 위협이 전해졌다. 이 영화는 끝까지 현실을 바라본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고, 다시 꺼내 보게 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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