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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에이 아이(A.I.)' 리뷰 - 인간을 닮은 마음의 끝

by 김하츄 2025.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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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이아이(AI)의 포스터.

1. 감정을 학습한 소년 로봇

영화 <A.I.>는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도록 설계된 소년 로봇 '데이비드'의 여정을 따라간다. 미래의 지구는 기후 변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인공지능 로봇들이 인간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세계다. 이 가운데 등장한 데이비드는 감정, 특히 '사랑'을 느끼도록 만들어진 최초의 로봇이다. 아이를 잃은 부부에게 입양된 그는 어머니 모니카를 조건 없이 사랑하며 진짜 아이처럼 살아가려 노력한다. 하지만 친아들이 돌아오면서 데이비드는 버림받고 만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기술적으로 완벽한 로봇이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를 인간 사회의 이기심과 공포에서 찾는다. 데이비드는 로봇이지만, 그의 사랑은 오히려 인간보다 더 순수해 보였다.

 

2. 버려진 존재의 여정

버림받은 데이비드는 다시 사랑을 되찾기 위해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그는 블루 페어리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난다. 이 여정은 동화 같은 외형을 지녔지만, 현실의 냉혹함이 가득 묻어났다. 인간들은 로봇을 서커스에서 파괴하며 즐기고, 데이비드와 같은 존재를 혐오와 공포의 대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물러서지 않았고, 누군가의 사랑을 다시 얻고자 하는 의지가 그를 끝없는 여정으로 이끌었다. 그는 계산하거나 명령받아 움직이지 않는다. 사랑을 배우고, 그 사랑을 잊지 않고, 끝까지 붙든다.

 

3. 인간과 비인간 사이

<A.I.>에서 데이비드는 프로그래밍된 존재지만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선택하고 유지한다. 그는 분노하지 않고, 복수하지 않으며, 오직 사랑이라는 한 방향으로만 나아간다. 이런 점에서 그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워 보였다. 

이 영화는 감정이 단지 본능적인 반응이 아닌, 누군가를 향한 지속적인 책임과 기억이라는 점을 조명한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만든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감정으로 인해 살아간다. 그리고 그 감정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스스로 만들어낸 세계다. 인간은 로봇을 '인간을 흉내 내는 존재'라고 믿지만, 사실 데이비드는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존재한다.

영화 <A.I.> 속 데이비드.

4.사랑이라는 감정

데이비드의 모든 행동은 '엄마에게 다시 사랑받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된다. 그는 블루페어리를 만나 진짜 소년이 되면 모니카가 자신을 다시 품에 안아줄 거라 믿었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단 하루라도 엄마와 함께 있고 싶어 한다. 수백 년의 시간을 지나, 그 단 하루를 위해 존재를 지속한다. 이 선택은 효율이나 목적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직 마음의 문제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 사랑하는 존재와 하루를 함께 보내고, 평온히 잠든다. 그것은 환상일 수도 있지만, 그 하루가 있었기에 그는 완전해진다. 사랑은 보답을 기대하지 않아도, 존재를 성립시키는 가장 순수한 감정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조용히 보여준다. 

 

인간이 만든 로봇이 인간보다 더 사랑하고, 기다리고, 믿는다면 우리는 그 존재를 단지 기계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영화를 보며 미래의 기술이 아닌, 감정의 의미를 되묻는 슬프고도 잔혹하고, 아름답고 순수한 이야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