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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리뷰 - 카르페 디엠, 현재를 살아라

by 김하츄 2025.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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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포스터.

1. 억눌린 질서 속 작은 균열

<죽은 시인의 사회>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영화가 주는 낯설고도 따듯한 불편함에 잠시 말을 잃었다. 배경은 1950년대 미국의 명문 기숙학교.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정해진 길을 향해 묵묵히 걷고 있다.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가고, 훌륭한 직업을 갖는 것만이 삶의 목표로 여겨지는 곳이다. 그 안에서 감정은 사치처럼 취급되고, 의문은 규율을 흐리는 문제로 간주된다. 처음엔 나도 그 세계를 낯설게 느꼈지만 곧 깨달았다. 시대만 다를 뿐, 우리가 사는 현실도 얼마나 비슷한지. 늘 누군가 정해준 기준에 맞춰 살아가며, 스스로를 억누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닐이나 토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 카르페 디엠, 지금 이 순간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은 말, '카르페 디엠'. 키팅 선생은 이 말을 통해 학생들에게 지금 이 순간의 감정, 생각, 열망을 외면하지 말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문장이지만, 나에게는 너무 오래 잊고 지냈던 말이었다. '현재를 살아라'는 이 말은 영화 내내 다양한 방식으로 반복되며 인물들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중 닐이 연극 무대에 오르는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선택으로 그는 온몸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고, 현실에서는 하지 못했던 일들을 무대 위에서 쏟아낸다. '카르페 디엠'은 그저 로맨틱한 격언이 아니라, 실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3. 키팅 선생님이 가르쳐준 수업

존 키팅은 문학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삶의 스승이다. 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그는 책상 위에 올라가 보게 하고, 틀에 박힌 수업 대신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하며, 외우기보다는 느끼고 표현하도록 이끈다. 그는 수많은 교사들이 지나가는 자리에서 진심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며, 그들 각각의 삶에 진심 어린 괸심을 보인다. 하지만 그가 전한 자유의 메시지는 학교의 권위와 충돌하게 된다. 존 키팅 선생을 보며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 내가 만났던 한 선생님이 떠올랐다. 늘 나에게 질문을 던지던 선생님이었다. "넌 정말 네가 원하는 걸 하고 있니?".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나는 공부는 못해도 그건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을 때 학생의 본분을 말하기보다 "그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됐어"하면서 호탕하게 웃어주시던 분.. 학생들이 키팅을 잘 따랐던 건 단지 '좋은 선생님'이어서가 아니라,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들을 진심으로 존중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4. 닐의 꿈과 무너짐

은 이 영화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의 기대에 묶여 의사가 되어야 하는 길을 강요받는다. 그러나 키팅 선생을 만나고,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숨겨왔던 연극에 대한 열정을 다시 되살린다. 닐은 무대에서 햄릿을 연기하며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그 자유는 오래가지 못한다. 연극을 막은 아버지의 엄격함 앞에서 닐은 끝내 선택의 여지를 잃고, 절망 속에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다. 그의 선택은 충격적이지만, 이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깊이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닐의 죽음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닐의 꿈을 응원했고,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5. 우리가 키팅을 기억하는 이유

<죽은 시인의 사회>의 마지막 장면, 키팅이 교실을 떠나는 순간, 학생들이 하나둘 책상 위에 올라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는 그 장면은 잊을 수 없다. 글을 쓰며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눈물이 차오르는 장면이다. 그들의 모습은 단순한 저항이 아니었다.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선언이었고, 존경했던 존재에 대한 경의이고, 진심으로 사랑했던 스승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였다. 키팅은 교실을 떠났지만, 그의 가르침은 학생들의 삶 속에 살아남았다. 그리고 관객에게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그가 가르친 것은 삶의 태도였고, 감정과 자유, 사랑과 용기를 말해주는 가르침이었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키팅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가 삶의 가장 소중한 진실을 시와 이야기로 가르쳐주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