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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리뷰 - 순수한 우정이 마주한 비극

by 김하츄 2025.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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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의 포스터.

1. 아이의 눈으로 본 전쟁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어떤 전쟁 영화보다 조용하고 담담하게 시작된다. 주인공 브루노는 독일 장교의 아들이며, 아버지의 진급으로 낯선 시골로 이사 오게 된다. 그곳은 울타리 하나를 두고 전혀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곳이었고, 영화는 '브루노'라는 8살 소년의 시선을 빌려 전쟁의 잔혹한 현실을 그려낸다. 그는 새로운 집에서 친구가 필요했고, 그렇게 울타리 너머에 앉아 있는 '줄무의 파자마'를 입은 소년 슈무엘과 만나게 된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어른의 시선이 아닌, 세상의 잔혹함을 아직 배우지 않은 아이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브루노의 맑은 눈동자를 통해 점점 더 차갑고 어두운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2. 울타리 너머의 친구

브루노는 철조망 너머에 앉아 있던 슈무엘을 처음 보았을 때, 그가 왜 줄무늬 잠옷을 입고 있는지 몰랐다. 그저 이상한 옷을 입은 또래 친구처럼 느껴졌고, 오히려 반가워했다. 브루노는 부모님의 만류와 하인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슈무엘과 몰래 만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울타리가 있다. 그 울타리는 인간의 편견과 증오가 만든 벽이었다. 영화는 아이들이 그런 경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전쟁이 인간의 본성과 어떻게 대립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픈 것은, 그들이 서로의 세계를 모른 채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이 자체가 아니라, 결국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는 점이다.

3. 순수함이 만든 비극

브루노는 어느 날 슈무엘의 아버지가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친구를 돕겠다는 단 하나의 마음으로 울타리를 넘고, 줄무늬 옷을 입는다. 두 아이는 함께 어둡고 축축한 수용소 땅을 걸으며, 아버지를 찾기 위해 작고 낡은 막사로 향한다. 하지만 관객은 이미 그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향하는 길.. 아이의 무지와 순수함이 만들어낸 선택은 결국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이 된다. 이 영화의 결말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멍을 남겼다. 단순히 '슬픈 결말' 그 이상으로, 순수함이 전쟁 앞에서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말해주는 영화이다.

4. 어른들의 세계, 아이들의 희생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대비는 어른들과 아이들의 세계관이다. 브루노의 아버지는 수용소의 책임자이며, 유대인들을 철저하게 적으로 간주한다. 어머니는 점점 남편의 행동에 의문을 갖지만, 침묵 속에 머무른다. 하인들도, 선생님도, 그 누구도 브루노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아이는 늘 거짓된 세계 속에서 방황하며, 결구 진실에 가까워졌을때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반면 슈무엘은 어릴 때부터 배고픔과 공포를 배웠고, 브루노에게도 그것이 이상하지 않다. "넌 내가 고프지 않아?", "아니, 나는 매일 먹어." 이 문장 속에는 둘의 삶이 얼마나 다른 궤도를 달리고 있는지 드러났다. 어른들이 만들어낸 전쟁 속에서, 가장 먼저 상처받고 가장 쉽게 잊히는 존재는 결국 아이들이었다.

 

5. 역사와 마주하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감정의 여운이 너무 깊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역사와 도덕,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수많은 홀로코스트 관련 영화들과는 다르게, 거대한 학살이나 정치적 외침 대신 조용한 감정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눈물만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역사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겪은 이 슬픔을 보며, 우리는 어른으로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할지 묻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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