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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인턴> 리뷰 - 세대를 넘어선 따뜻한 위로

by 김하츄 2025.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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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의 포스터.

1. 다시 시작하는 노년

영화 '인턴'은 인생의 긴 여정을 걸어온 한 남자가 새로운 일터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다. 주인공 벤(로버트 드 니로)은 70세, 퇴직 후 아내도 떠나보내고 남은 시간들을 공허하게 보내던 중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 모집 공고를 보게 된다. 그 광고를 보며 그는 무엇인가에 끌리듯 이력서를 쓰고, 다시 정장을 차려입고, 다시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다. 벤은 모든 상황에서 차분하고 정중하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 든 사람의 점잖음이라기보다는 오랜 세월 동안 몸에 밴 태도 그 자체로 느껴진다. 그는 업무를 배울 때도, 젊은 사람들과 어울릴 때도 급하지 않다. 그렇게 한 발자국씩 사람들과 어울려가며, 삶의 새로운 리듬에 맞춰 적응해 나간다.

영화 '인턴'의 포토 예고편.

2. 사람을 대하는 방식

그는 처음부터 뭔가를 해내려 들지 않고, 일단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자리에 머문다. 그의 방식은 조용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고, 행동 하나하나에는 세심한 배려가 묻어난다. 벤은 누구에게도 명령하거나 교훈을 주려 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가 편해질 수 있도록 옆자리에 앉고, 필요한 말을 조용히 건넨다. 그의 행동은 젊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준다. 빠르게 결과를 내고 보여주기 위해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벤의 여유롭고 단단한 태도는 오히려 더 사람의 마음이 머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줄스(앤 해서웨이) 역시 처음엔 벤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지만, 점차 그의 태도와 진심에 이끌리게 된다. 결국 줄스에게 벤은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로 자리 잡게 되는데, 영화는 이를 통해 인간관계의 본질은 나이도 직급도 아닌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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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균형을 잃은 일상에 대한 위로

줄스는 일과 가정을 동시에 이끌어가는 CEO다. 하지만 회사의 성장 속도와 가정에서의 역할 기대가 겹치면서 그녀는 점점 지쳐간다. 벤은 그런 줄스 곁에서 조언보다 함께 있어 주는 방식으로 조용히 줄스를 응원한다. 때론 말이 필요 없는 순간들이 있다. 그는 때로는 문을 열어주고, 때로는 차를 운전해 주며, 말없이 줄스를 지탱해 준다. 벤이 보여주는 '존재의 위로'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바쁘게 살아 가는 우리 모두는 줄스처럼 스스로의 무게에 짓눌릴 때가 있다. 그럴 때 "괜찮다, 조금 느려도, 조금 부족해도, 네가 살아가는 방식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영화 '인턴'은 따뜻한 이불처럼 마음을 감싸주었다. 삶의 균형을 잃고 방황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영화 '인턴'의 포토 예고편.

4. 진심은 결국 전해진다

줄스가 벤에게 마음을 열게 된 건 그의 조언이나 나이가 아니라 그의 진심 덕분이었다. 벤은 회사를 통해 또 한 번 성장하고, 줄스는 벤을 통해 삶의 방향을 다시 잡는다. 두 사람의 관계는 전혀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중심을 잡아주는 버팀목이 되어간다. 그렇게 영화는 나이도, 경험도, 직책도 모두 뛰어넘는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벤이 하는 모든 행동에는 계산이 없다. 그저 사람이 좋아서,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해서 그렇게 행동할 뿐이다. 그런 태도는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도 변화를 일으킨다. 그런 벤으로 인해 이 영화는 복잡한 갈등이나 화려한 반전 없이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5. 함께 있음의 위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줄스는 회사를 지키기로 결심한다. 그 선택은 경영적 판단이 아니라, 자신과의 대화를 통한 결과였다. 그리고 그 곁에는 늘 벤이 있었다. 벤은 줄스의 손을 잡아주거나, 길을 대신 선택해주지 않는다. 다만 늘 그 자리에 서서 줄스가 스스로 선택하고 걸어가기를 기다려준다. 짧지만 진심으로 연결된 관계는 오랜 시간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벤과 줄스의 관계는 그런 의미에서 특별하다. 회사 안에서 벤은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줄스가 혼자 외롭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혼자 살아갈 수 없으며, 누군가가 곁에 있어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힘이 되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되기도 한다. 함께 있음이야말로 가장 큰 위로라는 걸, 영화 '인턴'은 70세 노인의 지혜와 따스함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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