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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리뷰 - 신이 된 인간이 맞이할 미래

by 김하츄 2025.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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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의 욕망

'호모 데우스'는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 이후 펴낸 책으로, 인류의 과거가 아닌 미래를 다룬다. 이 책은 인간이 전염병, 기아, 전쟁이라는 고질적 문제들을 극복한 지금, 새로운 목표로 무엇을 추구하게 될지를 묻는데, 하라리는 그 해답으로 '불멸, 행복, 신적 능력'을 제시한다. 인간은 더 오래 사는 것을 넘어서 죽음을 이겨내고자 한다. 이 욕망은 생명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과 같은 혁신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을 자극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의료와 기술 발전이 편리함을 넘어 인간 존재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꼈다. 과거에는 신의 영역이었던 생명과 죽음이 이제는 인간의 선택지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현실이 경이롭고도 두려워졌다. 
 

2. 인간의 업그레이드는 가능할까

책에서 하라리는 인간이 더는 '호모 사피엔스'로 머무르지 않고 '호모 데우스', 즉 신적 존재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는 과학과 기술이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질병을 제거하고, 뇌와 기계를 연결하여 능력을 증강하며, 심지어 인간의 의식을 디지털화 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예측은 공상과학소설 같지만, 실제 연구를 기반으로 설명된다. 하라리는 기술의 진보를 맹목적으로 찬양하지 않으며, 그 안에 내포된 윤리적 딜레마와 계층 간 격차, 인간 정체성의 변화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함께 제기한다. '호모 데우스'는 미래 예측서가 아닌, 도발적인 철학서였다.

3. 데이터교와 자유의지의 종말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개념 중 하나는 '데이터교(Dataism)'다. 이는 새로운 종교처럼 기능하는 믿음 체계로, 데이터가 가장 높은 권위를 갖는 시대가 올것이라는 주장이다. 인간의 감정, 판단, 직관보다 데이터가 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여겨지면서 격국 인간은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알고리즘의 권고를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최근 일상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선택을 알고리즘에 맡기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유튜브 추천 영상, 내비게이션 경로, 인터넷 쇼핑의 추천 상품까지 모든 것이 이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되고 있었으며, 그 속에서 나는 더 이상 주체적인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라리는 이러한 흐름이 결국 인간의 자유의지를 약화시키고, 인간 스스로를 데이터 수집기나 연산 단위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자유의지라는 개념이 과연 절대적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우리가 믿어온 인간의 고유성과 특별함이 흔들릴 수 있음을 직시하게 만든다.
 

4. 기술은 진보인가 통제인가

책을 읽다 보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이 모든 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이다. 유발 하라리는 기술이 인간을 자유롭게 만들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극소수의 권력자들에게 엄청난 통제력을 부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유전자 조작 기술이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허용된다면, 인간은 신체 능력뿐 아니라 지능과 감성까지 계급화된 존재로 나뉘게 될 수 있다. 발전이라는 말은 항상 긍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한 위험과 비용이 숨어있었다. 하라리는 인간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미래는 유토피아가 될 수도,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결국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태도라는 점에서, '호모 데우스'는 독자에게 진정한 책임감을 요구한다. 
 

5. 인간다움의 기준

이 책의 가장 큰 메시지는 인간다움에 대한 재정의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이란 감정이 있고, 사고하고, 창조할 수 있는 존재라고 배워왔다. 그러나 하라리는 이러한 기준들이 기술 발전에 따라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이 감정을 모방하고, 창작을 수행하며, 판단까지 가능해진다면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인간성의 정의가 변하고 있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인간을 구분하게 될까? 감정과 이성이 아닌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으로 인간을 평가하게 되는 세상은 과연 바람직한가? '호모 데우스'는 인간의 자리를 기술이 침범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전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떤 태도로 미래를 맞이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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